■ 길고 멋진 콩당이의 당근 코
크리스마스를 맞아 눈사람 마을이 들썩거립니다. ‘가장 긴 당근 코 선발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지요. 콩당이는 대회에서 우승해서 산타 마을을 행진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다가 고개를 젓고 말았어요. 자신의 짧고 뭉툭한 당근 코는 놀림거리가 될 것이 뻔했거든요. 때마침 길에서 만난 덩치 큰 심술쟁이 뭉코가 콩당이의 짧은 코를 놀려 대자 콩당이는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갔어요. 드디어 ‘가장 긴 당근 코 선발 대회’가 열리고 모두들 당근 코를 뽑아 서로 대보지만, 콩당이는 무대 뒤에 숨어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짧은 코 때문에 놀림 받기 싫었으니까요.
무대 위에 뭉코만이 남아 있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콩당이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어요. 콩당이는 대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뭉코는 어서 빨리 대보자고 하며 콩당이의 당근 코를 빼내려고 합니다. 아무리 힘을 써도 빠지지 않자 눈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해 콩당이의 당근 코를 빼냅니다. ‘쑤욱!’ 하고 빠진 콩당의의 당근 코! 알고 보니 콩당이는 싱싱한 연둣빛 이파리를 가진 길고 멋진 당근 코를 갖고 있었던 거예요. 당근 코를 뭉코의 당근 코와 대보자 콩당이의 것이 더 길었어요. 대회에서 우승한 콩당이는 역시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며 감사 인사를 합니다. 대회에서 우승한 콩당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모자를 쓰고 긴 코를 자랑하며 산타 마을을 행진합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속담은 모든 일을 지레짐작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실제로 겨루어 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길고 짧은 것을 정확히 재어 보지 않고, ‘이게 더 길 거야.’라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어떤 일이 생기면 미리부터 ‘내가 질 거야!’라고 생각해 겁을 먹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해!’라며 자만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것이 길고 짧은지,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실제로 재어 보거나 겨루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그러니까 괜히 겁먹을 필요도 없고, 또 괜히 자만해서도 안 된답니다.
■ 흥미로운 이야기로 속담을 배우는 ‘이야기 속담 그림책’ 시리즈
속담은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짧은 글입니다.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글만 봐서는 그 의미를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속담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바로 속담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속담은 모든 일을 지레짐작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실제로 겨루어 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 의미를 알려 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속담이 녹아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서 속담의 숨은 의미를 알려 주고, 쉽고 자연스럽게 그 뜻을 알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입니다.
‘이야기 속담 그림책’ 시리즈는 유쾌하고 따뜻한 속담 속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기존의 속담을 넘어선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뻔해 보이는 속담 이야기가 이 시리즈를 통해, 무궁무진한 상상의 날개를 타고 새롭게 탄생합니다.
■작가 소개
글 안수민
학교에선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집에선 세 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요. 항상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눈사람 콩당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틀림없이 좋아할 테니까요! 쓴 책으로는 《지혜 문방구 랩 스타 문지혜》, 《금니 아니고 똥니?》, 《5월의 1학년》, 《소원을 들어주는 고양이 베개》, 《플라스틱 인간》 등이 있습니다.
그림 장지윤
한국과 프랑스에서 회화와 순수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상상과 허구의 세계로 도피하듯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항상 동경해 왔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삶의 위안과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그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