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버리 염소의 흙더미 치우는 방법
산기슭 농장에 소, 돼지, 개, 닭, 고양이, 염소가 살았어요. 부지런한 소는 농장의 일꾼이었어요. 소 덕분에 다른 동물들은 편하게 지낼 수 있었지요. 모두 소를 좋아했지만, 염소만은 그렇지 않았어요. 일은 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참견만 하는 염소는 못 말리는 떠버리였어요. 염소는 부지런히 일하는 소에게 ‘일만 하는 바보’라고 놀려 댔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큰 태풍이 몰려왔어요.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농장은 엉망이 되었지요. 다음 날 태풍이 잠잠해지자 동물들은 청소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울타리를 무너뜨린 커다란 흙더미는 어떻게 치워야 할지 몰라 막막했어요. 그러자 나서기 좋아하는 염소가 소리쳤어요. 흙더미를 향해 돌멩이나 막대기를 던지면 흙더미가 겁이 나 달아날 거라고요. 동물들이 염소 말을 따라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이번에는 크게 소리를 지르면 흙더미가 시끄러워 도망갈 거라고 했지만, 역시 아무 소용없었지요. 이때 소가 수레를 끌고 와 흙을 퍼 담았어요. 동물들도 소를 도와 흙을 치웠지요. 흙더미를 다 치운 뒤에 동물들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염소가 바로 그렇구나 하면서 염소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합니다. 그 뒤로 염소는 아무 데나 나서지 않고 조용히 지냈다고 해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정말로 잘 아는 사람은 조용히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서서 잘난 척하거나 아는 척한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수레는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바퀴를 달아 굴러가게 만든 운송 수단입니다. 수레에 짐을 많이 실으면 수레가 움직여도 소리가 크게 나지 않아요. 하지만 짐을 싣지 않은 빈 수레는 움직일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나지요. 마치 빈 수레처럼, 속에 든 것이 없는 사람이 말만 많고 시끄럽게 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쓰는 거랍니다.
■ 흥미로운 이야기로 속담을 배우는 ‘이야기 속담 그림책’ 시리즈
속담은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짧은 글입니다.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글만 봐서는 그 의미를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속담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바로 속담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속에 든 것이 없는 사람이 마치 빈 수레처럼 말만 많고 시끄럽게 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 의미를 알려 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속담이 녹아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서 속담의 숨은 의미를 알려 주고, 쉽고 자연스럽게 그 뜻을 알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입니다.
‘이야기 속담 그림책’ 시리즈는 유쾌하고 따뜻한 속담 속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기존의 속담을 넘어선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뻔해 보이는 속담 이야기가 이 시리즈를 통해, 무궁무진한 상상의 날개를 타고 새롭게 탄생합니다.
■작가 소개
글 김은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다양한 어린이책을 쓰고 있습니다. 〈상상력 천재 기찬이〉로 푸른문학상을, 〈놀이의 영웅〉으로 송순문학상을 받았고, 동화 작가가 모여 만든 ‘날개달린연필’에서 기획한 〈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 《비굴이 아니라 굴비옵니다》, 《막막골 훈장님의 한글 정복기》, 《바나나가 정말 없어진다고?》, 《내가 최고야!》, 《뭐라고 부를까?》 등이 있습니다.
그림 김민주
즐거운 상상을 이야기로 꽃피우는 순간이 가장 기쁩니다. 오래오래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열이 난 밤에》, 《오늘도 미세먼지》가 있으며. 동시집 《튀고 싶은 날》, 《던져라! 공깃돌》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