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라고 부르면 쥐가 좋아할까?
어느 추운 겨울, 산과 들에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눈 덮인 들판에는 먹을 것이 없어 숲속 동물들은 배가 고팠지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도 배가 고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 부지런한 쥐의 집에 식량이 그득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새들은 쥐를 찾아갈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 하늘을 난다고 으스대며 땅속에 사는 쥐를 무시했거든요.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었던 꿩이 먼저 쥐를 찾아갑니다. 고양이에게 쫓기던 쥐가 생각난 꿩은 쥐에게 ‘고양이 밥’이라고 부르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 화가 난 쥐는 부지깽이로 꿩의 뺨을 후려칩니다. 그다음에는 비둘기가 쥐를 찾아갑니다. 쌀가마를 갉아 대던 쥐가 생각난 비둘기는 쥐에게 ‘쌀 도둑’이라고 부르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 역시 화가 난 쥐는 비둘기의 머리를 밥주걱으로 내리칩니다. 마지막으로 까치가 쥐를 찾아갑니다. 튼튼하게 지은 쥐의 집과 창고 가득한 식량이 생각난 까치는 쥐에게 ‘쥐 선생’이라고 부르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 배울 것이 많아 쥐 선생이라고 불렀다는 까치의 말을 들은 쥐는 흡족해하며 까치에게 먹을 것을 내줍니다. 그리고 겨울 동안 먹으라고 먹을 것까지 잔뜩 싸 주지요. 이 모습을 본 꿩과 비둘기는 고운 말을 쓰지 않았던 것을 후회합니다. 그 뒤로 숲속 마을에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 예절이 생겼다고 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은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행동을 좋게 해야 자기에게도 좋은 말과 행동이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만일 ‘바보야!’, ‘이런 멍청이!’ 같은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좋을까요? 아마 그런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나서 같이 나쁜 말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이나 행동을 할 때에는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해야 한답니다.
■ 흥미로운 이야기로 속담을 배우는 ‘이야기 속담 그림책’ 시리즈
속담은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짧은 글입니다.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글만 봐서는 그 의미를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속담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바로 속담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은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행동을 좋게 해야 자기에게도 좋은 말과 행동이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 의미를 알려 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속담이 녹아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서 속담의 숨은 의미를 알려 주고, 쉽고 자연스럽게 그 뜻을 알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입니다.
‘이야기 속담 그림책’ 시리즈는 유쾌하고 따뜻한 속담 속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기존의 속담을 넘어선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뻔해 보이는 속담 이야기가 이 시리즈를 통해, 무궁무진한 상상의 날개를 타고 새롭게 탄생합니다.
■작가 소개
글 김은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다양한 어린이책을 쓰고 있습니다. 〈상상력 천재 기찬이〉로 푸른문학상을, 〈놀이의 영웅〉으로 송순문학상을 받았고, 동화 작가가 모여 만든 ‘날개달린연필’에서 기획한 〈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 《비굴이 아니라 굴비옵니다》, 《막막골 훈장님의 한글 정복기》, 《바나나가 정말 없어진다고?》, 《내가 최고야!》 등이 있습니다.
그림 여기최병대
이 책의 그림을 그리며 좋은 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가족끼리라도 말을 함부로 툭툭 내뱉다 보면 금세 멀어진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좋은 말은 좋은 말을 불러오고 나쁜 말은 나쁜 말을 불러온다는 간단한 이치를 그림책을 통해서 더욱 새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손을 주세요》, 《손이 필요해》, 《콧물끼리》,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어릴 적 눈이 내리면》, 《괴물이 나타났다》를 만들었고, 《날아라! 똥제기》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